간송 전형필(澗松 全鎣弼, 1906~1962) 은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재 수집가이자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입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수많은 우리 문화재를 사재를 들여 지켜낸 인물로, 한국 문화재 보호와 미술사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1. 출생과 배경
간송 전형필은 1906년 7월 29일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집안은 조선 말기와 대한제국 시기에 거부(巨富)로 알려진 명망 있는 가문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전명기(全明基)는 한성은행을 운영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덕분에 전형필은 물질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교육을 철저히 받았으며, 1920년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와세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법률보다 역사와 예술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후 한국 문화재를 지키는 일에 일생을 바치게 됩니다.
2. 문화재 수집과 보호 활동
전형필이 문화재 수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으로 유출되는 수많은 한국 문화재를 목격하면서였습니다. 일본인 수집가들이 조선의 문화재를 헐값에 사들이거나 약탈하는 것을 보며, 그는 ‘우리 문화재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가 남긴 대표적인 문화재 보호 업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
1933년, 고서적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조선 시대에 제작된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하고 거액을 주고 구입했습니다. 이는 한글 창제 원리를 설명한 중요한 기록으로, 현재까지도 한국어 연구와 한글의 역사에서 핵심적인 자료로 평가됩니다.
2) 고려청자 및 불교 문화재
전형필은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불상, 불화, 목판 등 다양한 유물을 수집했습니다. 특히 고려청자는 일본인 수집가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며 가져가려 했던 대표적인 유물로, 간송은 이를 막기 위해 상당한 재산을 들였습니다.
3) 겸재 정선, 김홍도, 신윤복 등의 회화 작품 보호
그는 조선 후기의 뛰어난 화가인 겸재 정선의 산수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비롯한 많은 한국 회화를 사들여 보호했습니다. 덕분에 현재 국보급으로 평가받는 그림들이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3. 간송미술관 설립
전형필은 문화재를 단순히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대중과 공유하고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938년 서울 성북동에 보화각(葆華閣) 을 설립했습니다. 보화각은 그의 문화재 수집품을 보관하고 연구하는 공간이었으며, 이는 후에 간송미술관(澗松美術館)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간송미술관은 한국 최초의 사립 미술관으로, 현재도 전형필이 남긴 수많은 문화재와 예술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마다 봄과 가을에 특별 전시를 열어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미술과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4. 전형필의 유산과 평가
간송 전형필은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문화재 보호에 사용했고, 그 결과 많은 한국 문화유산이 지금까지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이 없었다면 《훈민정음 해례본》을 비롯한 수많은 국보급 유물이 일본이나 서구로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는 1962년 4월 26일, 5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업적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그의 후손들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그의 뜻을 이어받아 한국 문화재 보호와 연구에 힘쓰고 있습니다.
5. 간송의 정신과 의미
전형필의 삶은 ‘문화재는 민족의 혼’이라는 신념을 실천한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단순히 문화재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민족 정체성을 지키고 후대에 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남긴 유산은 단순한 물질적 가치가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간송이 없었다면 한국 문화사의 중요한 부분이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결론
간송 전형필은 한 사람의 힘으로도 문화재를 지키고 민족의 혼을 보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의 헌신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직접 보고 연구할 수 있습니다. 그의 정신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재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핵심 정리
- 일제강점기 때 한국 문화재 보호에 헌신
- 《훈민정음 해례본》 등 수많은 국보급 문화재 수집
- 한국 최초의 사립 미술관 ‘간송미술관’ 설립
- 문화재 보호를 위한 전 생애적 노력
- 한국 미술사 연구와 문화재 보존에 끼친 큰 영향
오늘날 간송미술관은 그의 업적을 기리고 한국 문화재를 연구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남아 있습니다.